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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 뇌과학: 노르웨이의 두뇌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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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인 작성일2014-10-08 04:08 조회19,3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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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양병찬 (2014-10-07 09:27)

"노벨상 수상자인 에드바르드 모세르와 마이 브리트 모세르 부부는 북극권 근처에서 '인간의 뇌가 위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함께 연구하며 경력을 쌓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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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위키피디아(http://en.wikipedia.org/wiki/Edvard_Moser)


결혼 28년차인 에드바르드 모세르와 마이 브리트 모세르 부부는 지난 30년간 함께 연구생활을 해 왔지만, 뇌(腦)에 대한 열정은 전혀 식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아침을 먹다가 뇌에 대해 이야기하고, 오전에 열리는 랩 미팅에서도 세부사항을 논의한다. 그리고 올여름의 어느날 저녁에 들른 레스토랑에서도, 뇌의 위치인식 방법과 귀소본능에 대해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의 뇌는 위치를 인식하고, 진행방향은 물론 회전 및 정지 시기를 정확히 안다. 우리가 길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라고 마이 브리트는 말했다.

'인간이 집을 찾아가는 방법'에 관한 권위자는 단연 모세르 부부다. 두 사람은 2005년 랫트의 뇌 깊은 곳에서 격자세포(grid cells)를 발견하여 갑자기 유명해졌다. 이 흥미로운 세포(격자세포)들은 GPS와 매우 흡사하게 작동하여, 동물들로 하여금 위치를 인식하게 해 준다. 물론 인간도 격자세포를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은 그 후 '격자세포가 다른 전문화된 뉴런들과 상호작용하여, 완벽한 내비게이션 시스템(행선지와 경유지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완성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격자세포를 연구하면 기억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고, 우리가 사건에 관한 기억을 떠올릴 때 특정 장소(예: 방, 거리, 풍경)가 연상되는 이유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연구방식은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키 크고 인상 좋은 그들은 - 비록 몸은 둘로 나뉘었지만 - 하나의 뇌를 가진 것처럼 행동한다. 그들은 북극권에서 남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노르웨이의 트론헤임에 있는 카블리 시스템 신경과학 연구소에서 풍족한 연구비를 지원받으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들은 책도 함께 쓰고 상도 함께 받는다. 가장 최근(이번 주)에 받은 노벨 생리의학상도 - 그들의 보스였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존 오키프 교수(신경과학)와 더불어 - 두 사람이 함께 받았다. 두 사람은 40대 중반이던 2007년 카블리 재단이 실시한 공모전에서 우승하여, 전세계에 17개뿐인 카블리 연구소 중 하나를 설립하고 지휘하는 영예를 누렸다. 두 사람은 현재 노르웨이에서 유명인사가 되었으며, 그들이 일하는 연구소는 많은 신경과학계의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다른 연구자들은 "그들과 같은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적 자극을 받는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연구는 21세기 최고의 도전과제인 '뇌의 계산방법'과도 관련되어 있다. 컴퓨터가 자바와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뇌도 자체적인 작동언어(operating languages)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코드는 (뇌 회로 사이를 왕래하는) 리드미컬한 전기활성과 뉴런발화의 속도 및 타이밍 속에 숨어 있다. 뇌는 이 코드를 이용하여 외부세계의 특징(예: 소리, 빛, 냄새, 공간적 위치)을 자체적인 언어로 표현한 다음, 이해하고 계산한다. 모세르 부부는 격자세포에 관한 연구결과를 이용하여, 세계 최초로 뇌 속 깊은 곳에 있는 코드를 해킹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신경학계의 과제는 (그들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나머지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다.

"두 사람의 연구는 인지-신경과학의 중심부에 있다. 그들은 인식에 관한 신경코드를 이해함으로써, 생물학을 컴퓨터과학, 심지어 철학과도 통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라고 파리 대학교에서 의식을 연구하는 스태니야스 드엔 박사는 논평했다.

(1) 별들의 만남

모세르 부부는 노르웨이인으로, 북대서양의 다른 섬에서 각각 성장했다. 그들이 자란 곳에서는, 여름에는 낮이 계속되고 긴 겨울밤에는 오로라가 춤을 춘다. 양가(兩家)는 모두 학자를 배출하지 않은 평범한 집안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1962년생과 1963년생으로 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1983년이 되어 둘 다 오슬로 대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서로를 알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뭘 공부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지만, 자신들이 신경과학과 뇌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세상이 환하게 밝아졌다.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싹트면서, 지적 호기심이 융합반응을 일으켜 함께 평생 동안 추구할 미션이 자연스럽게 결정됐다. 그들의 미션은 '뇌가 인간의 행동을 생성하는 과정'을 밝혀내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오슬로 대학교의 권위있는 교수 중 한 명인 페르 안데르센 교수(전기생리학)를 찾아가, 학부생의 신분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데르센 교수는 해마의 뉴런 활성을 연구하던 중이었는데, 두 사람은 "해마 뉴런의 활성을 동물의 행동과 연관짓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당시 안데르센 교수는 - 대부분의 신경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 두 명의 풋내기가 내세운 거창한 주제에 대해 회의를 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매달렸고, 안데르센 교수는 마지못해 두 사람에게 간단한 프로젝트를 하나 맡겼다. 그들이 맡은 프로젝트는 '해마의 뉴런을 얼마나 잘라내면 랫트가 새로운 환경을 기억하지 못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임무를 기꺼이 받아들였고, 머지않아 뭔가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해마는 동질적"이라는 가설이 지배적이었지만, 두 사람은 "두 개의 해마 중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공간기억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참고 1). 이 연구결과는 "뇌의 기능을 이해하려면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상세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 교훈은 두고두고 두 사람의 연구생활에 보약이 되었다.

아직 학부생 신분이던 1984년, 두 사람은 킬리만자로의 휴화산 꼭대기에서 약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아기를 빨리 낳고, 해외에서 포스닥 경험을 쌓은 다음, 세계 어딘가에 우리들만의 연구실을 갖자"고 다짐했다. 계획은 기대했던 것보다 빨리 실현되어, 두 사람은 박사논문을 방어하기도 전에 오키프 교수의 연구실에서 나란히 포스닥 과정을 밟기로 결정되었다.

1970년대에, 오키프 교수는 랫트의 해마에서 장소세포(place cells)라는 뉴런을 발견했는데, 이 뉴런은 동물이 특정 장소(예: 쳇바퀴 근처, 문 앞)에 있을 때만 발화되는 뉴런이었다. (그 이후, 다른 내비게이션 관련 뉴런들이 잇달아 발견됐는데, 그중에는 고개를 특정한 방향으로 돌릴 때 발화되는 뉴런, 또는 경계선이 보일 때 발화하는 뉴런 등이 있다.) 내비게이션 분야의 연구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두 사람은 연구 범위를 좀 더 확장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포스닥 과정을 시작한 지 몇 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1996년, 두 사람은 트론헤임에 있는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로부터 파격적으로 교수직을 제의받았다. 그들은 망설였다. 제안을 수락할 경우, 세계 연구의 주류에서 벗어나 변방의 조그만 대학교에서 외롭게 연구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부인 두 사람에게 똑같은 대학교에 교수 자리가 두 개 났다는 것은 너무 매력적이어서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그들은 두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노르웨이로 날아갔다.

트론헤임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지하실에 연구실을 꾸리고 동물 사육시설도 만들었다. 그러자 몇 년 후, EC 와 노르웨이 연구위원회에서 거액의 연구비를 선뜻 지원했다. 그리고 그때쯤 되자 연구결과가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

(2) 격자세포 발견

두 사람이 트론헤임에서 세운 첫 번째 목표는, 장소세포가 주고받는 신호의 기원을 상세히 밝히는 것이었다. 장소세포는 해마 속에 있지만, 다른 곳에 존재하는 세포가 장소세포에게 발화시기를 지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부시절 연구실에서 깨달은 교훈을 떠올려, 그들은 "장소세포의 신호전달 과정을 연구하려면 먼저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표준 실험기법을 변형하여 장소세포를 연구했다. 즉, 전극을 랫트의 해마에 직접 이식한 다음, 랫트를 커다란 박스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면서, 해마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기록했다(첨부그림 참조). 전극은 개별 뉴런으로부터 나오는 전기신호를 받아들여 컴퓨터로 전송하고, 컴퓨터는 개별 뉴런이 발화하는 장소를 지도 위에 정확히 (검은 점으로) 표시했다. 랫트가 모든 장소를 골고루 돌아다니도록 하기 위해, 두 사람은 박스 바닥 전체에 초콜릿을 뿌렸다.

두 사람은 장소세포에 신호를 보내는 부분을 찾기 위해,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해마와 주변의 다양한 부분들을 불활성화시키면서, 장소세포가 정상적인 발화를 계속하는지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장소세포에 신호를 보내는 부분은 내후각피질(entorhinal cortex)인 것으로 밝혀졌다(참고 2). 선행연구자들은 내후각피질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접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내후각피질은 커다란 혈실(blood chamber)에 인접해 있어, 전극을 이식하느라 잘못 구멍을 뚫었다가는 랫트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두 사람은 신경해부학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안전한 전극 삽입장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실험을 실시하여 내후각피질에 존재하는 단일 뉴런의 신호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내후각피질 뉴런의 일부는 - 해마의 장소세포와 마찬가지로 - 랫트가 특정 장소로 다가가거나 통과할 때 발화하지만, 다른 여러 장소에서도 발화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뉴런이 발화하는 장소들을 지도 위에 표시해 보니, 발화지점들은 서로 겹치며 일종의 패턴을 그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떤 형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정확한 사실히 밝혀진 것은 그로부터 몇 달 후, 좀 더 커다란 박스를 이용하여 실험하고 난 뒤였다. 큰 박스 안에서 돌아다니는 랫트들의 뉴런발화 지점을 지도에 표시해 보니, 그 궤적이 거의 완벽한 6각형의 격자 모양을 그리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마치 벌집처럼 말이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그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간단하고 규칙적인 패턴이 나오리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해 본 결과, 두 사람은 내후각 피질의 역할을 이해하게 되었다. 박스 바닥에는 육각형이 전혀 그려져 있지 않지만, 랫트의 뇌 속에는 추상적인 육각형 격자가 그려져 있어, 랫트가 격자의 특정 좌표를 통과할 때마다 하나의 뉴런이 발화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육각형이라는 패턴보다는, 특정 패턴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다. 그것은 뇌의 언어가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신경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찾아 왔던 '뇌가 주변의 세계를 표현하는 코드'인 것이다. "그것은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유레카의 순간이었다"라고 에드바르드는 회상했다. 두 사람은 이 연구결과를 2005년 Nature에 발표했다(참고 3).

(3) 격자세포의 기능

두 사람은 격자세포의 기능을 테스트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실험 결과, 격자세포의 발화 패턴은 어둠 속에서도 일정하고, 동물이 움직이는 속도나 방향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참고 3). 장소세포의 경우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예: 벽의 색깔이 바뀜) 발화속도가 바뀌지만 , 격자세포의 발화속도는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내후각피질에 존재하는 상이한 세포들은 박스의 경계에 따라 (크기, 방향, 위치가 다른) 다양한 형태의 격자를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뇌의 격자세포들은 정확한 수학적 규칙에 따라 배열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크기가 작고 간격이 촘촘한 격자를 생성하는 세포들은 내후각피질의 꼭대기에 위치하고, 크기가 큰 격자를 생성하는 세포들은 내후각피질의 바닥에 위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일한 크기와 방향성을 가진 격자를 만드는 세포들은 서로 뭉쳐 모듈을 형성하는데, 이 모듈들은 내후각피질을 따라 단계적으로 배열되고, 한 단계가 지날 때마다 1.4배씩 격자 크기가 확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참고 4). 이와 동시에, 박스의 경계를 기준으로 하여 상이한 위치를 표시하는 격자세포들은 내후각피질 전체에 무작위로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격자세포 배열도 이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길을 걷거나 여러 방 사이를 헤맬 때, 격자세포가 - 마치 GPS 장치처럼 -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위치를 추적한다"고 말할 수 있다.

(4) 모든 것은 머릿속에 있다.

두 사람은 격자세포를 연구함으로써, 고대그리스 이래로 뇌, 기억, 위치 간의 관계를 궁리해 온 과학자와 철학자들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긴 연설 내용을 기억하고 싶을 때, 건물이나 거리의 배치를 머릿속에 그리고는, 연설의 중요 부분을 상이한 랜드마크에 연관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머릿속으로 건물이나 거리의 이곳저곳을 걸어다니는 생각을 하면서, 각각의 랜드마크에 연관된 기억을 떠올림으로써 모든 연설을 거뜬히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기억과 위치와의 연관성은 20세기까지 이어져, 행동과학자들은 “동물의 뇌 안에도 공간에 관한 추상적 지도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행동과학자들의 주장은 좌표세포의 발견에 의해 사실로 입증되었다.

또한 두 사람의 연구는 이론가들을 경악내지 흥분시키고 있다. 왜냐하면 육각형 패턴은 최소의 격자세포로 나타낼 수 있는 최고의 공간적 해상도이기 때문이다. 육각형은 에너지를 절약하게 해 주므로, 뇌가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증명해 준다. “동물의 뇌 속에 그렇게 아름다운 육각형 패턴이 존재할 거라고 누가 감히 생각이나 했겠는가?”라고 독일 뮌헨 대학교의 안드레아스 헤르츠 교수(컴퓨터 신경과학)는 말했다. “우리가 수천 년 동안 수학에서 사용해 온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뇌가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뜻밖이다. 이는 ‘뇌가 사용하는 계산원칙을 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뇌가 사용하는 계산원칙을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뇌가 세상의 상이한 측면을 표현하는 데 사용하는 신경코드가 그렇게 단순할 리는 없으며, 개별 뉴런들마다 각각 다른 코드를 이용하여 세상의 다양한 면을 표현할 것이기 때문에, 뇌의 언어를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 격자코드가 가치있는 것은, 뇌의 위계질서에서 높은 곳에 존재하므로, 감각정보를 직접 입력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망막에 들어오는 빛의 영향을 받는 시각피질과는 달리, 내후각피질은 뇌의 다른 부분이 받아들인 환경정보를 통합하여 고유의 육각형 패턴을 내부적으로 만들어낸다.

영향력 있는 논문들을 대량으로 발표함으로써, 모세르 부부는 많은 우수 연구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물론 다양한 지원단체들로부터 풍족한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격자세포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많다. 내후각피질의 신경망이 격자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격자세포, 장소세포, 기타 내비게이션 세포들이 만들어내는 지도들이 통합되어 동물의 이동에 도움을 주는 과정도 아직 불투명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보다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한편 격자 시스템이 언제쯤 형성되는지도 중요한 관심사다. 초기연구에 의하면, 랫트는 출생후 3~4주 만에 격자 시스템이 확립된다고 한다(참고 5, 6). 이는 - 랫트는 물론 인간도 - 매우 원시적인 공간감각을 갖고 태어나며, 뇌가 세상에 적응하면서 공간감각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게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랫트를 평평한 우리 대신 구(球) 모양의 우리에서 기를 경우, 육각형 모양의 격자가 변화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신경코드라는 추상적 개념 말고도, 격자세포는 기억 및 기억상실을 이해하는 데 또 다른 시사점을 던진다. 내후각피질은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영향받는 것으로 알려진 최초의 구조체이며, 알츠하이머병의 초기증상 중 하나는 길을 잃는 것이다. 두 사람은 “내후각피질에 존재하는 모종(某種)의 세포가 알츠하이머병의 조기발병을 돕는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이 이 수수께끼를 풀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 첨부그림 설명

 

에드바르드 모세르와 마이 브리트 모세르 부부는 뇌의 내후각피질에 존재하는 격자세포를 연구한다. 격자세포는 동물들로 하여금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① 달리는 랫트

두 사람은 랫트의 내후각피질에 전극을 삽입하고, 상자 속을 달리며 초콜릿을 먹게 하면서, 개별 격자세포로부터 나오는 전기신호를 측정했다.

② 발화패턴

랫트가 상자의 바닥에서 특정 지점을 지날 때마다 하나의 격자세포가 발화했는데, 이 발화지점의 궤적은 마치 벌집처럼 육각형 격자를 형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③ 위치정보 시스템

육각형 패턴은 최소의 세포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공간적 해상도이다. 개별 세포는 각자 고유의 격자를 만들며, 중첩된 패턴들은 동물로 하여금 위치와 방향을 인식하게 해 준다.



※ 관련 동영상: 에드바르드 모세르와 마이 브리트 모세르가 설명하는 격자세포(http://youtu.be/jYCR0pQLd_U)
※ 참고문헌
1. Moser, E., Moser, M.-B. &Andersen, P. J. Neurosci. 13, 3916–3925 (1993).
2. Moser, M.-B. &Moser, E. I. J. Neurosci. 18, 7535–7542 (1998).
3. Hafting, T., Fyhn, M., Molden, S., Moser, M.-B., Moser, E. I. Nature 436, 801–806 (2005).
4. Stensola, H. et al. Nature 492, 72–78 (2012).
5. Langston, R. F. et al. Science 328, 1576–1580 (2010).
6. Wills, T. J., Cacucci, F., Burgess, N. &O'Keefe, J. Science 328, 1573–1576 (2010).

※ 출처: http://www.nature.com/news/neuroscience-brains-of-norway-1.16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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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이메일 보기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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